인텔, 반도체 보조금 유치 사활…"亞에 뺏긴 주도권 되찾겠다"

입력 2021-08-15 17:21   수정 2021-08-16 00:46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세계 각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건설 보조금을 받기 위해 로비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해외 고위 관리들을 찾아가 공장 건설 계획을 설명하고 보조금 지급을 요청하는 ‘월드투어’를 다니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발판 삼아 생산 능력을 확 끌어올리고, 아시아 반도체 기업에 빼앗긴 반도체 공급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겔싱어와 인텔 이사회 멤버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루프톱 연회’를 열었다. 미국 땅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주어지는 연방 보조금 최대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따내기 위해 로비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인텔의 초청을 받은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참석했다.

겔싱어는 미국 밖에서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이 차세대 디지털산업에 1500억달러를 지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하자 곧바로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독일을 거쳐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한 그는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170억유로(약 23조원)가 드는 현대식 제조시설 건립 계획을 브리핑했다.

6월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의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 보조금 지급을 요청했다. 프랑스 방송 인터뷰에서는 인텔이 유럽에서 앞으로 10년간 1000억달러를 들여 생산 역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겔싱어는 올해 유럽을 여러 차례 더 방문할 예정이다.

겔싱어가 내놓은 공통 메시지는 ‘반도체 공장을 지을 테니 보조금을 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에 공장을 짓는 비용과 아시아에 건설하는 비용의 차액을 EU가 보전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유럽에 공장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보조금이 많은 아시아보다 최대 40% 비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텔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반도체 회사’ 자리를 엔비디아에 내줬다. 지난 2분기에는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 자리를 삼성전자에 넘겼다. 올해 초 인텔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겔싱어는 정상을 탈환하려면 보조금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수개월째 반도체 품귀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반도체 공급 주도권을 아시아 국가가 쥐고 있다는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WSJ는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경제에 매우 중요해 21세기의 석유로 불린다”며 “미국과 유럽은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만큼은 오지 않도록 힘쓸 것”이라고 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 점유율은 1990년 37%에서 지난해 12%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유럽도 35%에서 9%로 크게 줄었다. 반면 0%에 가깝던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은 각각 21%, 15%로 뛰었다.

겔싱어는 “아시아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며 “인텔이 공격적으로 공장을 짓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미국에서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주 신공장 건설에 235억달러를 투자하고, 뉴욕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추가 생산시설 건립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공장을 짓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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